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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텔라의 화음과 양보의 힘[살며 생각하며]

양보 통해 말의 힘 얻을 수 있고

그 말이 씨앗이 되어 세상 바꿔

지역과 진영 갈등으로 시끄러워

도돌이표처럼 날선 소리 안 끝나

포레스텔라의 화음과 조화 필요

우린 운명공동체 잊지 말았으면


도대체 이 화음이라니! 네 명의 가수가 만들어내는 화음이 웅장하면서도 달콤하며 애절하기까지 하다. 한 음씩 짧게 끊어 부르는 스타카토는 물론이고 음을 끊지 않고 부드럽게 이어 부르는 레가토와 숨소리 역시 이들은 허투루 넘어가지 않는다. 서로 화음을 맞추고 한 사람의 소리처럼 강약과 속도를 조절하며 음악의 완성도를 높인다. 얼마나 연습을 해야 이게 가능할까. 도입부에서 절정과 결말로 넘어가기까지 매 마디마디, 한 음표 음표마다 서로 소리를 주고받으며 이끌어나가는 그들의 노래는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하다.

 

포레스텔라 이야기다. 포레스텔라는 4명의 남성으로 이루어진 크로스오버 그룹으로, 장르를 불문하고 모든 곡을 소화해내는 실력파이다. 포레스텔라. ‘숲’이라는 포레스트와 ‘별’이라는 스텔라를 조합해 만든 이름이 ‘포레스텔라’라고 한다. 그들을 좋아하는 팬들은 ‘숲별’이라는 우리말 애칭으로도 부르는 모양인데, 그룹에 딱 맞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한 방송사의 경연 프로그램에 참가했다가 중창이라는 미션 과정에서 함께 화음을 맞추면서 대중에게 얼굴과 이름을 알렸다. 포레스텔라의 시작점이었고 탄생의 순간이었다. 묵직하게 파고드는 극저음과 고음, 남성소프라노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이 네 명의 소리가 어떻게 조화롭게 화합하며 곡을 소화해낼 수 있을까 싶은데, 오히려 그 개성이 강한 소리 덕에 화음은 더 절묘하고 웅장하며 울림이 깊다. 저 혼자, 저만의 목소리로 저마다 가진 기량으로 얼마든지 대중을 매료시킬 수 있을텐데도, 그들은 혼자보다 함께함으로써 더 큰 사랑과 지지를 얻었다. 정말, 혼자만으로는 얻지 못할 소리이고 화음이며, 대중의 환호와 지지이다. 함께한 만큼 박수와 환호도 크다.

 

노래를 부르는 내내 그들은 서로의 소리를 밀고 당기고 양보하며 독주를 경계한다. 어느 구간에서는 다른 이에게 양보하거나 주인공으로 치고 들어가고, 또 어느 구간에서는 화음으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며 완벽한 하모니를 연출해낸다. 무대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퍼포먼스와 공연은 놀랍기만 하다.

 

오래 전 팝페라 그룹 ‘일디보’를 좋아했었다. 일디보가 이탈리아어로 하늘이 내린 남자라는 뜻이라던가! 그룹의 이름답게 그들의 하모니는 감탄을 자아냈고, 순식간에 수많은 팬을 거느리는 세계적인 그룹이 되었다. 정말 그들이 가진 소리의 힘과 화음과 멋진 외모는 내 마음을 훔쳤고, 나는 한동안 그들의 음악에 푹 빠져 지냈다. 그렇게 나를 달뜨게 만들었던 그 일디보보다도 토종 포레스텔라가 보여주는 화음과 퍼포먼스가 더 웅장하고 애절하다.

 

(중략)

 

자신의 소리를 죽인다고 해서 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양보와 하모니를 통해 자신의 소리 역시 빛나며 말의 힘을 얻을 수 있다. 그 말이 씨앗이 되어 비로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사방이 시끄럽다. 지역과 진영, 이념과 세대, 젠더와 종교, 온갖 갈등으로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끝이 없는 도돌이표에 걸린 것처럼 날선 소리들은 끝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타인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들으려 하지 않는데 어찌 하모니를 이룰 수 있을까. 말과 생각은 달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목적은 같다는 것을 안다. 마치 ‘보리밭’을 부르던 나처럼 말이다.

포레스텔라의 화음과 조화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그것은 힘을 빼야만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지혜이다. 우리는 한 배를 타고 가는 운명 공동체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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