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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텔라 '도전의 아이콘에서 불패의 아이콘으로'

왕중왕전 6연속 우승. '팬텀 싱어' 도전의 아이콘이 '불후의 명곡' 불패의 아이콘이 되었다. 현인, 패티김, 배호라는 고전에서 산울림과 넥스트의 록, 신승훈과 더 클래식, SG워너비의 발라드, 김광석의 포크, 엑소의 케이팝, 박현빈의 트로트, 그리고 레이디 가가까지. 그들은 단순히 곡과 가수의 명성에 기대는 것이 아닌, 차라리 익숙한 명성을 지우고 거기에 낯선 자신들의 오리지널리티를 입히며 대중을 사로잡았다. 즉 'Bohemian Rhapsody'와 'Heal the World'를 포레스텔라 버전으로 먼저 들은 사람들은 굳이 퀸과 마이클 잭슨의 원곡을 찾아 듣지 않아도 되는 예술적 명분을 저들 노래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과연 이들의 무엇이 대중을 흔든 것일까.

 

가장 주효했던 건 역시 팀워크다. 무너지지 않을 성처럼 노래를 쌓아 올리는 그들은 처음부터 오래된 팀처럼 보였다(데뷔작 제목부터가 이미 '진화(Evolution)'다). 이들이 만난 계기는 분명 '팬텀싱어 2'였음에도 그 잘 익은 화음의 열매를 맛본 일각에선 "수년 전부터 준비된 팀이 아니냐"는 의문을 심심찮게 제기했다. 이들이 각자를 물, 불, 공기, 대지로 나눈 건 그래서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었다. 안드레아 보첼리와 셀린 디옹을 좋아하는 조민규는 바람과 공기로서, 소프라노와 록 성향을 함께 가진 강형호는 불의 열기로, 연기를 공부하고 국악 밴드에서 노래를 부른 배두훈은 성격도 보컬톤도 무난한 물의 자연스러움으로, 이 모든 걸 떠받치는 베이스 고우림은 든든한 대지로. 그렇게 이들은 아늑한 숲(Forest)과 빛나는 별(Stealla)을 닮은, 배려와 희생에 기반한 4중창의 기적 같은 화음으로 자신들의 노래 세상을 만들어낸다.

 

물론 팀워크라는 것이 좋은 걸 더 좋게 만들 때만 생기는 건 아니다. 좋지 않은 상황을 좋게 가져갈 수 있을 때 팀워크는 더 두드러지고 견고해진다. 포레스텔라 멤버들은 그래서 대화를 자주 한다. 테이블에서 태블릿 PC로 이야기를 나누며 이들은 멤버 간 오해를 풀고 잘못을 사과한다. 때로 대화는 서로에게 "적나라하고 혹독한 피드백"으로도 기능하는데, 그들 화음이 2집 제목('Mystique') 마냥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건 그래서다. 언젠가 프랑스 영화 비평가 앙드레 바쟁은 "영화란 세상을 재현하는 게 아닌 세상을 출현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나에겐 포레스텔라의 음악이 그렇다. 그들이 노래하면 세상은 우리 앞에 출현한다. 지구의 4요소를 자처한 팀워크가 없었다면 불가능할 일이다.

 

포레스텔라 음악을 살찌우는 요소에는 전공과 비전공의 어울림도 있다. 서울대학교 음대에서 성악을 공부한 테너 조민규와 베이스 고우림은 하마터면 클래식만 바라보며 살 뻔한 전공생들이었다. 보수적인 그곳에선 종종 대중음악을 '딴따라'로 폄훼하는 터라 상업성을 전제한 TV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결정은 때문에 둘에겐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과거 이동원과 '향수'를 부른 베테랑 테너 박인수가 국립오페라단에서 제명당한 일만 봐도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았을 거란 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물론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들 하지만). 

 

하지만 두 사람은 출연을 결정했고, 화학을 전공한 강형호와 뮤지컬 배우로 활약해 온 배두훈을 만나 전대미문의 하모니를 일궜다. 성악 전공자 두 사람과 비전공자 두 사람 사이 표면적 긴장이 양질의 예술적 성취로 이어진 셈이다. 이후 조민규는 자칫 위기가 될 수도 있었을 이 조합에 나름의 지혜를 동원했다. 그건 바로 선율에선 대중성을, 발성/음색/화음에선 예술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대중의 마음을 건드는 건 꼭 수학 문제의 해답 같은 기교에만 있는 건 아니니까. 무릇 노래란 그런 것이다.

 

또 하나, 장르를 향한 열린 자세와 멤버들의 역할 분담도 포레스텔라의 강점으로 꼽을 만하다. 강형호는 팀이 갖가지 장르 곡을 소화할 때 "성대를 갈아 끼운다"는 표현을 쓴 적이 있는데, 이는 교차하고 배합한다는 '크로스오버'와도 궤를 같이 하는 말이다. 결국 음악에서 크로스오버란 국악, 성악은 물론 록, 팝, 디스코, 재즈, 알앤비, 모던 포크를 모두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당위와 같다. 잘 못하면 어수선해 보일 수 있지만 잘만 하면 그만큼 단정하고 아름다운 것이 또 없다. 포레스텔라는 후자다. 2021년 '팬텀싱어 올스타전' 때부터 음악 쪽은 강형호가, 퍼포먼스와 무대 연출 쪽은 배두훈이 리드하면서 이들은 장르와 역할을 모두 잡았다. 그 과정에서 얻은 균형(balance)과 기술(skill)의 여유는 이들의 노력에 준 시간의 선물이다.

 

그리고 끈기. 멤버들은 평소엔 온화해 보여도 일할 땐 저돌적이다. 포레스텔라는 될 때까지 반복한다. 예컨대 근작인 'The Beginning: World Tree'를 작업할 때 이들은 가이드와 수정본을 모두 더해 1만 번이 넘는 녹음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포레스텔라는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산다. 아서 펜의 영화 제목처럼 그들에게 내일은 없는 셈이다. 어쩌면 '왕중왕전 6연속 우승'의 가장 큰 동력은 저런 배짱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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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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