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과 무관한 진로를 찾아 새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는 동문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시리즈 'IT'S MY LIFE'. 그 세 번째 주인공은 크로스오버 그룹 '포레스텔라'와 밴드 'PITTA'의 보컬로 활동 중인 가수 강형호(화학공학 07, 졸업) 씨다.
강형호 씨는 우리 대학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화학 회사에서 일하다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하며 크로스오버 그룹 '포레스텔라'로 데뷔했다. 그의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입을 모아 '천상을 오가는 목소리'라고 말하지만 그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월 5일 진행한 '채널PNU'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강형호 씨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어떻게 가수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회사를 다니며 음악에 대한 꿈은 접었으나 취미 생활로 꾸준히 직장인 밴드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나이 서른이 되던 해에 '팬텀싱어2' 오디션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음악에 대한 미련을 떨쳐내기 위해 도전이라도 해 보자는 마음으로 경연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우승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포레스텔라 팀 활동을 시작했어요.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한다고 하니 주변에서도 많이 걱정했을 것 같은데요.
-가족은 물론이고 회사 동료들도 많이 걱정했어요. 그러나 회사의 큰 배려 덕분에 좀 더 신중히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에서는 1년의 휴직 기간을 주시며 충분히 음악 활동을 해 보고, 또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을 주셨습니다. 그 1년간 포레스텔라 멤버들과 열심히 음악 활동을 하면서 가수로서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생겼고, 현재 가수라는 직업으로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대학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소개해 주세요. 가수 활동에 도움이 된 것이 있을까요?
-기억에 남는 순간은 군 입대 1년 전입니다. 휴학하고 집에서 용돈을 받으며 음악만 하던 시절이거든요. 전역 후 공부에 ‘올인’할 것을 약속한 후 부모님께서 모든 걸 지원해 주셨어요. 음악에 있어 가장 자유로운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생에 다시는 없을 시간이라 생각했는데, 운 좋게도 이제는 평생을 그렇게 살게 되었네요.
-전공 공부를 통해 배운 공학적 접근의 사고방식도 도움이 됐습니다. 음악이란 분야도 분석하고, 문제를 찾아 해결 방안을 도출해야 하는 건 똑같거든요. 소리 공학과 유체 역학의 개념, 그리고 그래프와 표로 정리하던 습관들은 음악, 특히 소리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인생의 모든 경험은 미래의 삶과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직장에서의 경험도 도움이 됐겠네요.
-화학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좋은 효율, 또는 물성을 얻기 위한 최적의 믹스(mix) 조건을 찾는 실험을 많이 했는데, 이는 4중창에서 소리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직장에서의 사회생활과 경험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대학 시절의 대외 활동들 모두가 새로운 세상에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낯선 상황에서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음악적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요?
-제 개인적 철학과 평소에 느끼는 감정, 멜로디를 틈틈이 메모해 놓고 작업할 시간이 날 때에 참고합니다.
△포레스텔라와 PITTA를 병행하고 있는데 두 활동의 각기 다른 매력이나 음악적 색깔이 있다면요.
-포레스텔라와 PITTA의 음악은 달라야 한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아니, 음악이 다르다기보다는 제 역할이 다른 것 같습니다. 포레스텔라에서의 제 모습과는 달리, PITTA는 색깔이 아주 진한, 개성이 묻어나는 독특한 음악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직장인 밴드 이름이던 PITTA로 활동하는 이유가 있나요?
-PITTA 밴드 멤버들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기회가 될 때마다 함께 음악을 하기 위함입니다. 팬텀싱어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게 해준 오페라의 유령 OST ‘The Phantom of the Opera’ 라는 곡이 있습니다. 대학 동아리 ‘미케닉스’ 때부터 함께해 온 멤버들과 열심히 연습했고, 당시 여러 대회에서 입상하며 회식비에 큰 기여를 했던 소중한 곡입니다. 함께했던 이 친구들이 없었다면 지금 걷고 있는 길은 영원히 없었을 것입니다.
△포레스텔라 내 유일한 비전공자이신데, 이에 대해 걱정하는 부분은 없으셨나요?
-비전공자 타이틀은 좋은 약이었던 것 같습니다. 뒤쳐져 있다는 생각에 음악적 지식을 쌓기 위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공부했습니다.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클래식 혹은 대중가요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좀 더 포레스텔라다운 음악, PITTA스러운 음악을 만들어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음악의 대중성이나 음원 성적에 대해 우려하신 적은 없었나요?
-대중성, 음원 성적. 항상 고민해 오고 갈망하던 부분이지만, 크로스오버라는 장르 특성상 이 부분에 있어 큰 욕심을 내면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꾸준히 저희만의 음악을 만들고 차근차근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무너지지 않을 탄탄한 봉우리에 서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활동 중 겪었던 어려움이 있다면요?
-작년에 성대 결절이 왔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더 발전한 것 같아요. 성대가 결절됐어도 노래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연습하면서 보컬 면에서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음악 활동을 하시면서 찾고 싶은 의미가 있나요?
-'포레스텔라스럽다'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저희만의 음악을 구축하고 싶습니다. 또 노래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많은 메시지가 있겠지만, 제 첫 싱글 'Universe'에 있는 가사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은 없어.”
△마지막으로 꿈이 있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부산대학교 후배들이 있습니다. 마음에 품고 계시던 '진짜' 꿈을 좇아 새로운 도전을 하셨고, 또 도전에 대한 답을 얻은 입장에서 저희 학교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본인의 꿈을 향해 달려 나가세요!"라고는 절대 말씀 못 드릴 것 같습니다. 제가 후배 분들의 인생을 책임질 것도 아니기에 함부로 입에 올릴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단지 운이 정말 좋았습니다. 다만, 원하는 꿈이 있다면 본인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본인이 원하는 일에 어느 정도 재능이 있는지, 본인이 처한 상황은 어떠한지, 약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안다면, 꿈을 설계하고 실현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플랜B는 항상 만들어 놓으시길 추천합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어야 하니까요. 인생은 한 번뿐이니 올인하라는 말도 있지만, 한 번뿐인 만큼 더더욱 플랜 B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플랜B가 있으면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대신, 꿈을 포기하지는 마세요! 본인의 삶을 살면서 꾸준히, 또 조금씩 준비를 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왔다고 생각되는 그때, 모든 걸 쏟아부으시라 말씀드리고 싶어요. 또, 꼭 꿈과 일치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일을 할 수 있는 길이 많다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습니다.